동덕여대 사태 전국 여대로 확산, 이화여대는 '글쎄'
전국으로 확산되는 여대 학생들의 목소리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가 전국의 여자대학교로 확산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전국 4년제 여대 7곳 중 이화여대를 제외한 6개 대학이 연대 의사를 밝혔고, 일부 대학에서는 이미 자체적인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시위가 격화되면서 폭력 사태와 협박 등 우려스러운 상황도 발생하고 있어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6개 여대의 연대 : 각 학교의 반응과 입장
이번 사태는 단순한 한 학교의 문제를 넘어 전국 여자대학들의 공동 대응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광주여대, 덕성여대, 성신여대, 서울여대, 숙명여대가 잇따라 동덕여대와의 연대를 선언했습니다.
특히 성신여대는 2025학년도부터 국제학부에 외국인 남학생 입학을 허용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자체적인 시위에 돌입했습니다. 학생들은 교내 곳곳에 "자주 성신의 주인은 여성이다", "국제학부 남학생 입학 결사반대" 등의 문구를 적고, 200여 개의 과잠을 잔디광장에 펼쳐놓는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성신여대 총학생회는 오는 15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며 "여대의 존립 이유를 해치는 남성 재학생 수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 '파도'는 "머지않아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며 연대의 뜻을 전했고,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여대는 존재 이유를 잃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여대 총학은 "동덕여대 본부는 학우들이 '얌전하고, 고분고분 따르며 만만하기에' 독단적 결정을 지은 건지 묻는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반면 이화여대는 유일하게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습니다. 일부 이화여대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섣불리 동덕여대 시위에 연대하지 말자", "이대가 끼면 이 사건은 모두 이대의 일로 될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폭력과 위협 : 시위 과정의 부작용
시위가 격화되면서 우려스러운 상황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일부 학생들이 취업 박람회장의 시설을 파손하고 직원을 감금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설립자 조동식 선생의 흉상이 페인트와 계란으로 훼손되기도 했습니다.
시위 학생들을 향한 외부의 위협도 또 다른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SNS에는 "동덕여대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협박 글과 함께 흉기를 손으로 쥔 사진이 게시되었고, "시위하지 말라, 저승에서 하라"는 등 위협적인 내용이 담긴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경찰은 작성자의 IP를 추적하는 등 수사에 착수했으며, 이로 인해 동덕여대 총력대응위원회는 안전상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시위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시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학생분들 나중에 애도 낳아야 하고 이런 불법 행위는 하면 안 된다"는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2차 논란이 일었습니다. 현재 해당 경찰이 소속된 경찰서 홈페이지에는 항의글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교문 앞에서는 취재진이 아닌 남성 외부인이 몰래 사진을 찍거나 부적절한 발언을 하는 등 여학생들을 위협하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학교 측은 "지성인으로서 대화와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하는 대학에서 이와 같은 폭력사태가 발생 중인 것을 매우 비통하게 생각한다"며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학내 갈등 :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
시위가 격화되면서 학내에서도 찬반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일부 학생들은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분위기라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동덕여대 재학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공학이 나쁘지 않다고 글을 올리면 바로 '남미새'(남자에 미친 사람이라는 뜻의 신조어) 취급을 받고 거의 쌍욕에 가까운 조롱 댓글이 달린다"며 "글을 내리라는 협박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수업을 듣고 싶어도 시위대가 강의실에 들어와 교수와 학생들을 내쫓았다"며 "수업을 들으러 가면 사진을 찍어 커뮤니티에 박제하겠다는 협박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시위를 주도하는 측은 여대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한 재학생은 "공학에도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지만 여대만큼 자유롭지 못하다. 남학우들의 목소리에 위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학교 측은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남녀공학이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며, "무용과 같은 경우도 우리 학교는 여학생들만 있지만 사회는 그렇지 않다. 남녀공학에서 학생들 경쟁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또한 "공과대학이 없는 현실에서 남학생을 유입시키며 공과대학을 개설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도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회적 논란 : SNS와 커뮤니티의 반응
이번 사태는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여대의 존재 가치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시위 방식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위를 지지하는 측은 "성추행, 불법촬영, 딥페이크 등 여성 대상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여대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2018년 발생한 '동덕여대 알몸남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가해 남성이 "여대라는 특성에 성적 충동을 느꼈다"고 진술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여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반면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부산대 재학생 A씨는 "단순히 논의 중이라고만 했는데 바로 들고 일어서는 것은 설레발"이라며 "학교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대안 중 하나인데 급하고 과격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온라인상에서 '여대는 역차별'이라는 주장과 함께 시위 참가 학생들을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댓글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시 시위 학생들의 분노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어,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강대 재학생 B씨는 "재정난을 생각하면 학교 입장도 이해되지만 학생들 입장도 이해가 된다"며 중립적인 시각을 보였고, 4년제 대학 재학생 C씨는 "학생들에게 아무 말도 없이 강제로 전환한다는 것 자체가 학생들을 모욕하고 무시하는 행위"라며 소통 부재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격화되는 갈등, 해법은 어디에
동덕여대에서 시작된 공학 전환 반대 시위는 이제 전국의 여자대학교들이 마주한 공동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위가 장기화되고 격화되면서 폭력, 협박, 학내 분열 등 우려스러운 상황들이 속출하고 있어 사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제도 변경의 문제를 넘어 여성의 교육권과 안전, 대학의 생존과 정체성이라는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과 경쟁력 확보라는 현실적 과제 앞에서, 여성 교육이라는 설립 이념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위협과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일입니다. 학교 측이 우려하는 시설 파손과 수업 방해, 그리고 시위 학생들을 향한 외부의 협박과 조롱은 모두 건설적인 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동덕여대 총력대응위원회가 제시한 △공학전환 완전 철회 △총장직선제 △남자 외국인 유학생‧학부생에 대한 협의 등 세 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학교 측은 "아직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성신여대의 15일 대규모 집회를 시작으로 여대들의 연대 시위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 A
Q1 : 왜 이화여대만 유일하게 연대하지 않았나요?
A1 : 이화여대 학생들은 "이대가 연대하면 모든 이슈가 이대의 일로 전환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과거 경험을 토대로 전략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Q2 :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에 대해 실제로 처벌이 가능한가요?
A2 : 학교 측은 시설 파손과 업무 방해 등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으나, 경찰은 학교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Q3 : 다른 여대들의 공학 전환 가능성은 어떤가요?
A3 : 현재 성신여대가 국제학부에 한해 외국인 남학생 입학을 허용할 예정이며, 광주여대도 유학생 대상 일부 학과 개방을 검토했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논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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