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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란 : 왜 학생들은 반대하는가?

Issue by RIAHNY 2024. 11. 13.

 

동덕여대 공학 전환 논란의 시작

2023년 11월, 동덕여자대학교에서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 9월 27일 대학비전혁신추진단 회의에서 디자인대학과 공연예술대학의 발전방안을 검토하기로 결정했고, 11월 5일 추진단 회의에서 발표된 발전방안 내용 중 공학전환 사안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소식이 11월 7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학생들은 즉각적인 반발을 시작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이러한 중대한 결정이 학교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들의 반발은 곧 전면적인 시위로 이어졌고, 이는 단순한 학내 문제를 넘어 여자대학의 존재 가치와 역할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확대되었습니다.

 

사태의 전개 과정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란은 학교 측의 비전 수립 과정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대학은 'VISION 2040'이라는 학교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디자인대학과 공연예술대학의 발전방안 중 하나로 공학 전환을 검토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실이 공식적인 발표가 아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태는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총학생회 '나란'을 중심으로 한 학생들은 11월 11일부터 본관 점거 농성과 수업 거부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학교 곳곳에는 "학생 몰래 공학 전환 절대 반대", "공학 전환은 입학 사기"와 같은 문구가 적혔고, 본관 앞에는 수백 개의 학과 점퍼가 항의의 의미로 펼쳐졌습니다. 약 300여 명의 학생들이 본관 앞 시위에 참여했으며, 2,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공학 전환 반대 및 철회 요구 연대 서명에 동참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공학 전환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학교가 학생들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크게 반발했습니다. 총학생회는 "8,000 동덕인을 무시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총력대응위원회를 구성하여 △공학전환 완전 철회 △총장직선제 △남자 외국인 유학생‧학부생에 대한 협의 등 3가지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나란'이 개재한 대자보
동덕여대 총학생회 '나란'이 개재한 대자보

 

학생들의 반대 이유와 시위 현장

 학생들이 남녀공학 전환에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여성 교육을 위해 설립된 대학의 정체성과 가치가 훼손된다는 점입니다. 동덕여대의 창학 정신인 '여성 교육을 통한 교육입국'이 공학 전환으로 인해 퇴색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둘째, 현재의 사회적 맥락에서 여자대학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이송희 동덕여대 총력대응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페미니스트로 의심되는 여성을 향한 검열, 숏컷 여성 폭행 등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여전한 상황에서 동덕여대는 비교적 안전한 울타리이자 생존의 공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여자대학이 단순한 교육 기관을 넘어 여성에게 안전한 학습 공간과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주장합니다.

 셋째, 의사결정 과정의 비민주성입니다. 한 동덕여대 2학년 학생은 "남녀공학 대학도 붙었는데 여대에 오고 싶어 이 학교에 온 것"이라며, "여대에서 배우고 여성으로서 주체가 돼 본 경험이 여성 혐오적인 현 시대를 이겨내는 바탕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시위 현장의 모습은 매우 격렬했습니다.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하고, 교내 곳곳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반대 문구를 써냈으며, "민주동덕 다 죽었다"라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을 설치했습니다. 또한 취업·비교과 박람회 현장의 시설물이 파손되는 등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SNS상에서 위협성 글이 등장하거나, 출동한 경찰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인한 2차 논란도 발생했습니다.

시위로 훼손된 설립자 조동식 선생의 흉상
시위로 훼손된 설립자 조동식 선생의 흉상

 

대학 본부의 입장과 대응

 김명애 동덕여대 총장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현 상황에 대한 학교 측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우선 공학 전환은 "아직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학비전혁신추진단이 'VISION 2040' 수립 과정에서 디자인대학과 공연예술대학의 발전방안 중 하나로 검토한 것일 뿐,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학교 측은 "공학 전환은 학교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도 없으며, 구성원들의 의견수렴과 소통은 반드시 필요한 절차"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초 11월 12일 교무위원회 보고 및 논의를 거쳐 모든 구성원들과의 의견수렴 절차를 계획 중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대학 본부는 학생들의 시위 방식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3천여 명이 참여 예정이었던 진로 취업·비교과 박람회 현장의 시설 파손, 직원 감금, 교내 건물 무단 점거 등을 언급하며 "지성인으로서 대화와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하는 대학에서 이와 같은 폭력사태가 발생 중인 것을 매우 비통하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대학 본부는 이러한 시위 사태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경고했으며, "외부 단체와 연계되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의하시길 강력히 당부드린다"는 메시지도 전달했습니다.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안건은 현 상황에 대처하면서 향후 추진 방향을 논의하여 알리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다른 여자대학교들의 반응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논란은 다른 여자대학교들에도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특히 성신여대에서는 국제학부가 2025학년도부터 외국인 남학생을 받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를 우려하는 학생들의 반발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성신여대 학생들은 외국인 남학생 입학이 전면적인 공학 전환의 전초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며 '과잠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덕성여대 총학생회는 대자보를 통해 "머지않아 우리의 일이 될 수 있다"며 동덕여대 학생들의 투쟁에 연대의 뜻을 전했습니다. 숙명여대, 서울여대 등 다른 여대 학생들도 동덕여대 학생회에 기부금을 보내거나 시위에 합류하는 등 적극적인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응은 여자대학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 고민을 반영합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적 압박 속에서 미래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동시에 여성 교육이라는 설립 이념과 정체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딜레마에 놓여있는 것입니다.

 한편, 성신여대 관계자는 "최근 K-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만큼 외국인 학생에 한해서 남학생을 입학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공학 전환 논의가 진행된 바는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불안과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입니다.

캠퍼스 내에 설치된 근조 화환
캠퍼스 내에 설치된 근조 화환

 

여자대학교의 역사적 변화와 현재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4년제 여자대학교는 동덕여대, 이화여대를 포함해 총 7곳입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많은 여자대학교들이 남녀공학으로 전환하거나 다른 대학과 통합되는 변화를 겪었습니다. 상명여대는 1996년에 상명대학교로 변경하며 남녀공학으로 전환했고, 성심여대는 가톨릭대학교와 통합되었으며,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학교에 통합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대부분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난, 경쟁력 강화라는 현실적인 과제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여러 여자대학교들이 이러한 이유로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해왔습니다. 2015년에는 덕성여대 총장이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했고, 2018년에는 성신여대에서도 공학 전환이 언급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재학생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전면적인 전환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여자대학교들이 제한적인 형태로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성신여대가 2025학년도부터 국제학부에 한해 외국인 남학생 입학을 허용하기로 했고, 광주여대도 올해 4월경 국제학부 등 일부 학과에 한정해 남학생 모집에 대한 재학생 설문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은 여자대학교들이 직면한 두 가지 과제를 보여줍니다. 하나는 급변하는 교육 환경 속에서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 교육이라는 고유한 설립 이념과 가치를 지켜내는 것입니다. 동덕여대의 현재 상황은 이 두 가지 과제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과제

 동덕여대의 남녀공학 전환 논란은 단순히 한 대학의 제도 변경 문제를 넘어, 여자대학의 존재 의미와 미래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대학 본부와 학생들 간의 소통 창구를 마련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대학 본부는 공학 전환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며, 모든 구성원과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학생들은 공학 전환 논의 자체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이가 상당히 큰 상황입니다. 특히 총력대응위원회가 제시한 △공학전환 완전 철회 △총장직선제 △남자 외국인 유학생‧학부생에 대한 협의 등 세 가지 요구사항은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는 여자대학교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적 어려움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해결하면서도, 여성 교육이라는 고유한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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